EP 18

출시 — 와이프가 페퍼를 연다


2026년 8월·7 min read·#launch#reflection

거창한 장면은 없었다.

앱스토어 공개도, 프레스도, 첫 유저 그래프도 없다. TestFlight로 빌드를 올리고, 소연 폰에 초대 링크를 보냈다. 설치. 로그인. 끝.

지금 페퍼를 쓰는 사람은 둘이다. 나랑 아내.


출시가 이런 거였다

몇 달을 STATE A/B/C를 이야기하고, triage를 33%에서 90%로 끌어올리고, 침묵하는 버그 세 개를 잡았는데 — 정작 "출시"는 아내가 아침에 폰을 열어 브리핑을 확인하는, 조용한 장면이었다.

소연이 처음 며칠 쓴 걸 보는 게 이상했다. 내가 T-001부터 T-500까지 벤치마크로 상상한 입력들과, 실제로 아내가 던지는 말은 달랐다. EP 11 마지막에 *"진짜 숫자는 쓰면서 드러날 거다"*라고 썼는데, 그 "쓰면서"가 지금이다. 실사용 로그가 triage_confidence를 달고 쌓이기 시작했다. confidence 0.8 미만이 리뷰 대상으로 올라온다. 이제 페퍼는 상상한 케이스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 실제로 하는 말로 배운다.


정직하게, 못 한 것

EP 10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STATE B — 페퍼가 스스로 코드를 짜는 그 순간이, Phase 0의 진짜 골인 지점이다."

출시한 지금도, 페퍼는 아직 스스로 코드를 못 짠다.

EP 12에서 골인 지점을 옮겼기 때문이다. STATE A(챙겨주고, 시키면 하고, 기억하는 것)를 가족 손에 먼저 쥐여주기로 하고, STATE B(자가진화)와 C(사람 개입)를 Phase 2로 미뤘다. 그 결정은 옳았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출시되지 않는 자가진화보다, 오늘 아침 9시에 오는 브리핑이 우리 가족에겐 더 필요했으니까.

그래서 이 출시는 절반의 출시다. 페퍼는 우리를 챙기고, 시키면 하고, 우리 가족을 기억한다. 하지만 아직 스스로 자라진 못한다. 그 문장은 아직 미래형이다.


3개월 전

EP 0에서 나는 GitHub가 뭔지도 몰랐다고 썼다. commit이 뭔지, push가 뭔지 kimeunsoo.xyz 만들면서 처음 배웠다고.

3개월이 지났다. 지금 내 폰에는 — 그리고 아내 폰에는 — 모노레포와, 라우터와, 6갈래 triage와, 세 겹 메모리와, pg_cron 스케줄러와, Vault 임베딩이 돌아가는 앱이 하나 깔려 있다. 내가 만들었다. 정확히는, 내가 AI를 레버리지해서 만들었다.

EP 0의 선언을 다시 읽는다.

"비전문가가 AI를 레버리지해서 뭔가를 만들어가는 날것의 기록이다. 허접할 수 있다. 그래도 괜찮다."

허접한 데도 많다. lookup은 아직 73%고, 조용히 죽는 토큰은 완전히 노출되지 않았고, planner는 여전히 "곧 지원할게요"다. 그래도 앱은 아내의 아이폰에서 매일 돈다. 그거면 EP 0의 약속은 지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