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0

페퍼 프로젝트의 시작


2026년 5월·4 min read·#origin#family#motivation

사실 나는 개발 지식이 거의 없다. 고등학교 마지막에 한과목, 대학시절에 필수과목으로 CS 101, 102, 201 과목을 들었던것이 전부고, 그때 만져본 언어는 Java 였지만 지금 기억도 가물가물 하다. 상수 정하고, if then, for next loop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그래도 명색이 테크 회사의 임원인데, 기술 지식, 개발 지식이 부족하다는것이 항상 마음에 부채감이 있었다. 대 AI의 시대가 오면서, 나도 어느정도 실무 감각을 가지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두려움이 계속 되었다. 6개월 정도 전, 바이브 코딩이 막 시작되던 시절, ChatGPT와 개발 환경을 구축하고, AI가 짜주는 코드를 VS Code에 복붙 하면서 어찌저찌 앱도 만들어 보았다. 에이전트 도구가 아직 미숙했지만, 앱을 만들 수 있다는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었다.

Claude Code가 점점더 강력해 지면서, 이것 저것 새로운 시도를 해보게 되었다. 우리 가족들 개인 웹사이트 부터, 내 투자 포트폴리오를 모니터링 하는 데일리 리포트 대쉬보드 까지 뚝딱 만들면서 정말 AI의 진화를 체감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카카오 공동창업자가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본인만의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읽으면서 솔직히 든 첫 번째 생각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나도 한번 따라해볼까?"

이번에는 토이 앱이 아니라 진짜 우리 가족의 문제를 조금 해결해보고 싶었다.


4인 가족 쉽지 않다

맞벌이에 아이 둘. 일상에서 조율할 게 생각보다 많다. 학교 준비물, 학원 일정, 부모 공동 리마인더, 각자 다른 캘린더.

앱이 없어서가 아니다. 앱은 넘쳐난다. 문제는 그 앱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우리 가족을 모른다는 것이다. 정보는 넘쳐 난다. 그런데 정리가 안된다.

ChatGPT한테 물어보면 답은 준다. 그런데 매번 설명을 다시 해야 한다. 내가 누군지, 우리 가족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은수가 어떤 아이인지 —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매번 zero에서 시작한다.

진짜 비서는 그러지 않는다. 내 상황을 알고 있고, 물어보기 전에 먼저 챙겨주고, 내가 말하면 바로 처리한다. 그런 게 있으면 어떨까.


페퍼 안녕

구체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레퍼런스가 있었다. 자비스. 토니 스타크의 AI.

그냥 명령 수행기가 아니다. 상황을 먼저 파악하고, 스스로 발전하고, 주인이 더 잘할 수 있게 뒤에서 받쳐준다. 그게 내가 원하는 것과 가장 가까웠다.

와이프한테 "자비스 같은 거 만들려고 한다"고 했더니 돌아온 말이 이랬다.

"자비스는 이름이 별로다. 차라리 페퍼로 해."

토니 스타크에게 날개를 달아준 페퍼 포츠. 자비스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그보다 더 진화된 무언가. 그렇게 이름이 정해졌다.


나는 개발자가 아니다. 제품 전문가도 아니다. 몇 달 전까지 GitHub가 뭔지도 몰랐다. 당연히 이 기록은 잘 만들어진 제품의 발표가 아니다.

비전문가가 AI를 레버리지해서 뭔가를 만들어가는 날것의 기록이다. 허접할 수 있다. 그래도 괜찮다. 그게 이 블로그의 존재 이유다.